[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2017년에 기억나는 교통사고가 하나 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레미콘 트럭이 가로등과 중앙분리대를 넘어 뒤집어지면서 승용차들과 충돌한 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레미콘 트럭의 기사 뿐 아니라 아무 죄 없는 승용차 운전자들까지 모두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브레이크 파열’이었습니다. 아무리 크고 비싼 자동차라 하더라도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에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영화계의 대형스타로 만든 ‘베테랑’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안하무인 재벌3세의 범죄를 쫓는 베테랑 형사와의 대결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되기 8개월 전 대한항공 땅콩회항 갑질 사건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우리나라의 재벌2세, 3세들에 의해 사회적 공분을 살만한 일이 심심하면 한 번씩 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부유하게 성장하고, 큰 돈 들여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들, 귀족처럼 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르고 다닐까?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제재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누구도 ‘안 된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부족한 게 없으니, 막는 사람도 없으니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과연 아무 문제도 없고, 막힘도 없고, 무엇이든 잘 되고, 인생의 브레이크 없는 삶이 과연 형통의 삶일까요?
중국의 작가이며 시인인 ‘장쓰안(張世安, 1966~)’은 그의 책 『나를 이기는 힘 ‘평상심’』이란 책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해 줍니다. 상어는 강력한 이빨을 갖고 있어 바다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그런데 장쯔안의 말에 의하면, 바다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유독 상어만 부레가 없다는 겁니다. 부레가 없으면 물고기는 가라앉기 때문에 잠시라도 멈추면 죽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상어가 바다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장쓰안이 이런 말을 합니다.
“그래서 상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하고, 그 결과 몇 년 뒤에는 바다 동물 중 가장 힘이 센 강자(强者)가 된다.”
우리의 인생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브레이크를 잡아야만 하고, 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내 생각만큼 도달하지 못하고, 남들은 다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나만 뒤로 쳐져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상어와 같이 바다에서 생활하기에는 부레가 없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다 있는데 내게는 없어서 언제나 그것이 내 인생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형통,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형통이 진정한 형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 성경 인물 중에 ‘요셉’이란 사람에 대해서 잠시 소개해 드렸는데, 요셉은 야곱이란 아버지의 가장 사랑 받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편애로 인해 형들은 요셉을 시기했고, 결국 아랍의 노예상인들에게 막내 동생을 돈 받고 팔아버립니다. 열일곱 살에 요셉은 이집트(애굽)의 노예시장에 상품으로 올라왔습니다. 애굽의 파라오(바로)왕의 왕실경호대장이 노예시장에 나갔다가 어린 요셉을 사오게 됩니다. 그리고 요셉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험한 일을 하며 노예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며 수년간 일하며 요셉은 그 주인에게 인정받는 성실한 종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주인의 아내가 젊은 요셉을 유혹했고, 요셉은 유혹을 뿌리치는 과정에 도리어 성추행 범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왕궁의 고위직 부인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썼으니, 요셉은 감옥에서 내일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창세기 39:23)” 어떻게 이것을 형통한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의 말씀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셉은 정말 운이 없어도 정말 없었고, 인생이 꼬여도 심하게 꼬인 정말 불행한 청춘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그 감옥에서 왕의 고위직의 꿈을 해몽해 주고, 결국 그 일을 통해 파라오 왕 앞에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되어, 왕의 꿈을 해몽해 주면서 그는 애굽의 국무총리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이스라엘민족과 애굽 등 당시 대기근 속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깐 심각히 꼬인 인생 같아도 거기에 하늘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의 꼬인 인생이 오히려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앞에서 장쓰안의 책에 있는 부레가 없는 상어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드렸었습니다. 물론 장쓰안의 말대로 부레가 없어서 상어가 강자(强者)가 되었다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과학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교훈이 될 만한 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해양 어류 중에는 상어뿐만 아니라 0.1%의 부레가 없는 물고기들이 더 있다고 합니다. 바다의 모래 바닥에서 지내는 가자미류들 역시 물에 뜨는 부레가 없다고 합니다. 물속에서 지내야 하는데 어류에게 물에 뜨게 하는 부레가 없다는 것은 그 물고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쓰안의 말대로 라면 그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해 낸 상어는 바다를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있고, 모래 바닥에 숨어 기어 다니는 가자미류는 평생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분명 우리의 삶에는 여러 가지 부족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들은 다 갖고 있는 것을 나는 소유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다 편하고 형통하게 가는 길을 나는 힘들게 겨우 겨우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 삶은 남들처럼 평탄치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불평과 원망 속에서 사시겠습니까? 언제까지 남들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면서 그렇게 초라하게 사실 겁니까? 남들은 있는데 나는 없다고, 나는 약점이 많다고, 나는 잘 되는 일도 없다고 그렇게 불평과 원망 속에 사는 사람은 평생 모래바닥을 기어 다니는 가자미 인생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과 현실이 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지라도 가자미가 되느냐? 상어가 되느냐? 는 여러분이 어떤 믿음을 갖고 살아가느냐? 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럴듯한 것이 진정한 형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